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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VRㆍAR 대전, 콘텐츠보다 플랫폼
[글= 최홍규 EBS 연구위원] 최근 페이스북이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선보인 ‘페이스북 스페이스(Facebook Spaces)’는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의 서비스를 구현한다.
또한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아이콘이 입혀진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통해 증강현실(AR) 기반으로 현실과 가상의 혼재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그간 스노우나 스냅챗이 주도했던 AR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난 5월 10일 ‘잡 시뮬레이터(Job Simulator)’라는 게임으로 3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게임사 아울케미랩스(Owlchemy Labs)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가상현실(VR) 기술과 연계 가능한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 라인업으로 미루어볼 때, 이번 아울케미랩스 인수는 VR 상품의 진용을 완벽히 갖추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VRㆍAR 시장에 대한 경쟁적 상황을 보여준다.
이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이 특정 서비스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기업 인수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은 이제 VRㆍAR 분야에서 자주 보인다. 그만큼 이 분야가 ICT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는 것.
기업의 입장에서 시장 성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고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도 전혀 아깝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을 확신하는, 속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VRㆍAR 선점 나선 글로벌 플레이어
이미 VRㆍAR 시장에서는 업계에서 두각을 보이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HP 등 거대 기업들이 주도했던 이 같은 기업 인수는 이미 2013년 이후부터 과열되고 있는 상태다. 시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5년 VRㆍAR 인수와 관련해 총 135건 정도의 거래가 있었고, 이를 위해 총 7억 달러 정도가 조달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VR(Oculus VR)을 2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인수 가격도 가격이지만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돈을 버는 회사에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만든 회사를 인수하다니!
이것은 가상현실에 대한 페이스북의 애착을 나타내는 것이자, 페이스북이 향후 가상현실 콘텐츠를 채울만한 아이템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HMD가 오큘러스에서만 특허를 가지고 독점적으로 개발한 상품도 아니었으니 충격적인 사건임은 분명했다.
물론 구글도 일찌감치 AR 스타트업인 매직리프에 거액의 투자를 주도했고 2015년에는 VR 오디오 솔루션 개발회사인 쓰라이브오디오(Thrive Audio), VR 콘텐츠 개발사인 스킬맨앤해켓(Skillman & Hacket) 도 인수했다.
애플도 발 빠르기는 마찬가지다. X박스의 키넥트 센서를 개발한 프라임센스(Prime Sense)를 2013년 인수하고, 독일 VR기업 메타이오(Metaio)는 2015년에, VR 분야 유망한 벤처기업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를 2016년에 연달아 인수했다.
이처럼 그간 구글, 애플, 페이스북에서 VRㆍAR과 관련한 인력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이에 더해 야심찬 프로젝트 기반의 서비스들을 속속 선보이며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5월 11일 AR 오픈소스 플랫폼 글림스(Glimpse)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선보였다. 여기서 사용한 기술은 구글이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AR 기술인 구글 탱고(Google Tango)다.
애플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애플 클립스(Apple Clips)도 AR 소비 경험을 유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한 프로젝트이다. 애플 클립스에서는 내 모습이 2D 만화처럼 바뀌기도 하고 목소리를 자막으로 바로 변환할 수 있다. 애플 클립스는 스냅챗이나 스노우와 유사한 서비스라는 평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페이스북이 선보였던 페이스북 스페이스(Facebook Spaces)가 받았던 평가이기도 하다.
왜 그들은 VRㆍAR 시장을 눈여겨볼까?
ICT 기업들의 VRㆍAR 시장에 대한 애정은 전폭적인 자금 투자와 서비스 개발, 장기 프로젝트를 통한 아이디어 발굴, 이슈를 유발시키는 서비스 론칭 과정 등으로 명확하게 확인된다. 이와 같이 VRㆍAR 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많은 수치에서 보이는 장밋빛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언제나 부각되는 시장에는 장밋빛 통계가 따르는 법이지만, 최근의 VRㆍAR 관련 통계들은 시장 증대 가능성을 뒷받침할 근거 ABC를 모두 보여준다.
이마케터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19년까지 미국에서 VR은 4900만 명 정도의 이용자를 보유하는 시장으로 성장한다. 물론 단계적으로 성장률은 감소하겠지만 최근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을 중심으로 집계되는 우울한 이용률 통계들과는 대조적이다. 요즘 시기에 109.5%의 이용자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2016년 대비 2017년 이용자 수)만 봐도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AR 이용자는 2019년 5400만 명 정도로 예상되어, VR 이용자의 규모를 뛰어넘는다. AR 게임 포켓몬고의 열풍에 힘입어 2017년 이용자는 4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나의 게임 콘텐츠 인기가 이러한 이용자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만 보기에는 향후 예측되는 이용자 규모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이용자들의 증가 추세에 발맞춰 보다 구체적인 영역별 시장 성장 규모를 예측한 보고서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1월 자료를 보면, 2025년에 VRㆍAR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총 350억 달러 정도가 된다. 각 영역으로 구분해보면 비디오 게임이 116억 달러로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음으로 헬스케어 분야 51억 달러, 엔지니어링 분야 47억 달러, 라이브 이벤트 분야 41억 달러 등의 순이다.
더 크게 영역을 나누면 소비자 영역이 189억 달러 수준으로, 기업이나 공공 분야의 161억 달러에 비해서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 분야에서는 더 많은 산업이 시장을 쪼개 나눠 갖겠지만, 결국에는 1차적인 소비자 분야의 시장 잠재력을 더 크게 예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락적인 이용 기능으로 인한 VRㆍAR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과 공공 분야에서 전통적인 산업군들이 파생시킬 VRㆍAR 시장의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는 측면에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확실히 VRㆍAR 서비스에 친화적인 보고서로 보인다.
VRㆍAR 관련 기기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있다. 관련 기기들에 대한 전 세계 출하량을 살펴볼 때 2021년 VR 관련 스마트폰은 7000만 대 정도가 출하되어 2017년 1700만 대에 비해 폭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른 기기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게는 5배에서 크게는 35배까지 VRㆍAR 관련 기기들의 출하량은 2021년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무엇을 위한 선점 경쟁인가?
아래 사진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선보인 AR 안경이다. 이 안경을 쓰면 거실에 앉아서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친구들을 불러 모을 수도 있고 TV를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실제 공간에 가상의 이미지를 얹어 실제와 가상을 구분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AR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카메라 이펙트 플랫폼(camera effects platform)’이라 불리는 이 플랫폼에서는 외부의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의 카메라에 구현될 AR 프로그램들을 직접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다. AR 개발을 위한 오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체계를 갖춘 것이다.
애플도 이미 AR 분야에서 여러 가지 특허를 출원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홀로렌즈’란 증강현실 체험기기는 이미 애플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부의 전문 기술 인력들을 영입해 공을 들여온 분야이다. 이미 2006년에 AR 헤드셋 특허의 출원을 했다는 사실도 애플의 기술 확보 노력을 보여준다.
페이스북과 애플의 이와 같은 기술개발 전략들은 ICT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들이다.
이러한 전략은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도 서비스 론칭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미리 체크해나가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질 만한 서비스의 기능적 요소에 있어서는 론칭 이전의 시점까지 상당한 분석 결과를 축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거대 ICT 기업들은 VRㆍAR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력 경쟁이 아닌, 콘텐츠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미 앞에서 밝혔듯 2000년대 초반부터 VRㆍAR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아졌고, 2010년대부터는 앞 다퉈 대규모 투자와 기업 인수를 통해 인력과 기술의 확보 경쟁을 벌였다.
남은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콘텐츠다. 콘텐츠 확보 전쟁을 벌여야만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단계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구글 탱고, 애플 클립스, 페이스북 스페이스 등 이들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는 결국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더욱 많은 소비자 접점을 확보할 것인지, 또한 소비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더욱 쉽게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즉 좋은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떠받치는 콘텐츠가 없이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미디어 업계의 오랜 경험이 축적되어 현장에서 프로젝트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나름 방송 영역에 종사하는 미디어 연구자로서, 최근 방송가에서 VR 기반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그래서 방송가에서 만난 혹자는 VR이 3D 기술과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VR을 하나의 영상 기술로만 본다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고 논의도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최근의 ICT 기업들이 보인 행보를 봐도 그러한 방송가의 얘기들에 수긍할 수 있을까?
VR이나 AR을 영상기술의 측면에서만 보면 당연히 어지럼증이나 몰입도, 활용도 등과 같은 얘기들에 귀를 기울여볼만 하다. 그렇지만 ICT 기업들의 접근방법은 그게 아니다.
VRㆍAR이 우리의 일상생활이 될 가능성과 그 논거들을 충분히 제시한 후에 끈질기게 기술에 집착하여 서비스 혁신을 이뤄내고, 이용자들 스스로 다량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내는 것! 이 과정을 밟고 있는 ICT 기업들에게 VRㆍAR이 시장 정착에 실패할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이미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 얘기다.
이제 ICT 기업들의 VRㆍAR 콘텐츠 전쟁이 시작됐다.
승리의 관건은 결국 이용자들 스스로 얼마나 이들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느냐이다. 이런 전략은 무차별적으로 콘텐츠를 선점하겠다는 전통적인 미디어 업계의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콘텐츠는 이용자들이 참여해 만들고 업계는 이용자들을 확보하면 된다. 이처럼 ICT 기업들은 여전히 플랫폼 사업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방식으로 소비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전통적인 미디어 영역의 사업자와 ICT 사업자들은 공존하고 있다. VRㆍAR을 영상 기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쪽과 이를 미래 생활의 일부로 규정하고 막대한 관심과 자본을 투여하는 쪽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VRㆍAR 시장 선점에 대한 ICT 기업들 간의 경쟁적 상황을 다루고자 했던 필자는 더 넓은 차원에서 전통적 미디어 그룹과 ICT 기업들 간의 경쟁적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VRㆍAR이 그렇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슈라고 한다면 경쟁적 관계는 ICT 영역의 사업자들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슈와 세부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니 VRㆍAR 시장에서 ICT 기업들 간의 경쟁은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가 더 크게 보인다. 그래서 골목 상권으로 치자면 현재의 상황은 시장을 형성시키기 위해 비슷비슷한 점포들을 짓는 단계로 보였다.
즉 현재는 분명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적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제로섬 게임에 돌입한 단계가 아니라 시장의 파이를 늘려나가는 과정으로 인식된다. 전통적인 미디어 영역에 종사하는 연구자로서 이러한 경쟁적 상황이 숨 막히기보다는 부럽게 느껴졌다.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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