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TECH M

앞에만 나가면 떨리는 나, VR와 웨어러블로 작별

2017-07-11김은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테크M=김은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삼성 기어 VR,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등 웨어러블 VR 장비가 출시되고 가격도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떨어짐에 따라 VR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VR 사용자가 3년 이내에 1500만~3000만 명, 6년 후에는 4000만~7000만 명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VR 상용화 초기 에는 PC나 모바일 게임, 영화, 방송, 스포츠, 놀이공원 등 엔터테인먼트가 주요 분야가 되겠지만, 헬스케어도 51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예측이다. (Goldman Sachs Investment Research, 2016).

의료분야의 경우 지금은 VR, AR 모두 초기단계로 주로 의학 영상, 수술 전 계획과 영상 가이드 수술, 재활의학 분야의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정신과 분야의 신경심리검사, 행동치료와 인지 재 활치료 분야에 도입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정신의학은 VR를 치료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아 직도 우리 사회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 을 보내거나 약물 복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치료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심리적 장벽이 높은 게 현실. 여기 에다 부족한 전문상담 인력, 비현실적인 치료 수가 때문에 상담치 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편의성이 높고 몰입감이 큰 가상현실 치료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특히, VR를 활용하면 환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현실을 가정해 반복연습을 할 수 있는 치료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같은 질환이 라고 해도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을 가진 환자들의 개인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VR는 치료적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VR 상황에서 환자의 행동이 나 생체신호를 측정, 증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VR을 이용하면 실제 상황보다는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낮게 나타나므로 큰 부담 없이 두려운 상황에 노출해 훈련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가상현실은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 대인 공포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불안장애 치료에 주로 쓰이고 있다. 또 자폐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환자의 사회기술 훈련,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 인터넷 중독 등 각종 중독환 자들에게 중독관련 물질과 관련 환경을 제시함으로써 노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질환뿐만 아니라 건강증진 면에서도 VR의 활용도가 높다. 체중조절이나 인지기능 훈련, 운동, 스트레스 관리, 재활훈련, 기타 병원에서의 검사나 치료 전에 미리 가상체험을 함으로 써 치료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것.

이와 함께 사회소외 계층의 삶을 VR을 통해 가상 체험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높이는 등 교육적인 목적으로도 활 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강남 세브란스 병원이 10여 년 전부터 정신과 질환 및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가상현실 클리닉을 개설했다.

이 병원에서는 현재 면접공포증과 고소공포증, 조현병, 알코올 중독, 인터넷 게임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현실 치료를 시행, 연구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면접공포증 치료 프로그램의 경우 학교, 직장,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상황(표)을 난이도별로 가상으로 구성한다.

입사 면접에서 면접관의 질문을 받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하는 가상환경과 연동해 심박동, 눈맞춤, 목소리 크기, 발표시간 등을 측정한다. 심박동이 정해진 빈도 이상으로 빨리 뛰거나, 청중 아바타와의 눈맞춤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또 발표할 때의 목소리가 작거나, 말의 길이가 너무 짧으면 점수가 낮아져 다음 레벨로 넘어가지 못하고 해당 레벨을 다시 해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환자들은 개인맞춤형 훈련이 가능하다. 8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발표공포증 훈련 결과 88%의 참가자들이 공포지수가 호전되는 결과를 보였는데 이는 가상현실 치료가 실제 임상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증거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생체신호 측정 기술 발달로 가상현실 치료에 참여하는 동안의 생체반응을 측정, 환자의 자가보고의 주관성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인지 훈련 등의 가상현실치료 프로그램에서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집중력이나 인지 상태를 알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가상현실 집중력 과제를 수행하면서 웨어러블 뇌파 기기와 연동, 본인의 집중력 정도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자신의 수행을 조절할 수 있다.

 

VR·AR를 치료에 적용하려면 아바타와의 상호작용이

좀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말과 글을 분석, 아바타가 여러 가지 스크립트 중 하나를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을 이용한 의료는 발달한 ICT 기 술과 결합, 더욱 치료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인간의 행동과 생체 신호 등 가상현실 프로그램 과정에서 수집한 많은 생체 데이터를 기계학습을 통해 통합 분석, 건강지표를 수치화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진단해 다시 가 상현실 치료 프로그램을 개인별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VR·AR 헬스케어 프로그램은 가상현실 앱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결합돼 개별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좀 더 프리미엄급의 가상현실 기기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데이터베이스 수집 분석도구와 결합돼 병원이나 치료 전문시설의 진단과 치료 플랫폼 구축에 사용될 수 있다. 또 개별 병원이나 건강증진센터 같은 공공 기관에도 보급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사용처에서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는 개인의 건강 진단지표를 모니터링하고 복합생체반응을 표준화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VR·AR 기술이 의학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 문에 VR·AR 치료가 근거를 가진 진단 및 치료기술로 자리잡으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VR 치료가 기존의 치료에 비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유해성 및 안전성은 어떤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VR 관련 임상시험은 아직 샘플 수가 적고 적절한 대조군도 충분하지 않다. 또 주관성을 제거하기 위한 이중맹검 연구도 아직 부족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가상현실 치료의 효과성은 현재 각 질환에서 가장 많이 쓰는 치료법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가상현실 내에서 측정한 인간의 행동이나 생체신호 지표가 실제 현실에서 측정되는 것과 어느 정도 유사한지에 대한 근거도 더 축적해야 한다. 게임이나 SNS 상에서의 행동이 현실에 서의 행동과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임상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생활에서의 기능적 향상에 가장 최적인 VR·AR 치료 파라미터를 확립하고 VR·AR 치료의 요소가 무엇인지도 알아내야 한다. 가상현실 기기를 오래 사용할 시 어지러움증이 유발될 수가 있는데, 이런 부작용을 줄 일 수 있는 기기와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VR 기기 구입을 망설이는 부모들의 인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이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처럼 VR 중독을 일으키지 않을지, 학업 이외의 활동에 시간을 빼앗기는게 아닐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 같은 부모들의 염려가 디지털에 친화적인 아동청소년 계층의 VR 기기 구매에 장애가 되 고 있다. VR 안전성에 대한 연구와 제도적 대책 마련이 VR 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현실감 있는 아바타 구현해야

 

VR·AR에서는 가상현실속 아바타와의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VR·AR을 치료에 적용하려면 이러한 상호작용이 좀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말과 글을 분석, 아바타가 여러 가지 스크립트 중 하나를 상황에 맞 게 자동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아바타의 표정도 좀 더 자연스럽게 구현, 현실감 있는 상호작용을 이끌어내야 한다.

가상현실과 연동된 웨어러블 생체신호의 정확도의 문제도 아직은 더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다.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생체신호들을 측정할 수 있게 됐지만 그 정확도는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 가상현실치료가 의료기기로 인정을 받지 못해 의료 수가화되지 못하는 점, 값싼 구글 카드보드나 중국산 제품, VR 기어 등의 저가품이 전체 판매상품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프리미엄 하이엔드 제품이 아직은 시장 점유율이 낮은 점 등은 VR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프리미엄 하이엔드 제품으로 구현 가능한 질높은 VR 소프트웨어 상품이 많이 나와 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 져야 좀 더 VR 산업으로 자본이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VR·AR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통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VR 스타트업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업을 펼쳐 나갈 수 있게 지원이 이뤄져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점 기술 중 하나인 VR·AR 산업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1호(2017년 7월) 기사입니다>

 

 

(주)테크엠주소 :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2길 27, 10층 (역삼동, 비젼타워)대표이사.발행인 : 김현기편집인 : 허준개인정보보호책임자 : 김현기청소년보호책임자 : 허준
사업자등록번호 : 553-81-01725대표전화 : 070-4513-1460보도자료 및 제보 : press@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