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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스토리 선택 서비스는 성공할까?
[테크M 한국인터넷진흥원 공동기획=최홍규 EBS 연구위원]
넷플릭스는 지난 6월 22일 ‘장화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를 선보였다. 그냥 장화신은 고양이가 아니다. 이용자가 참여해 스토리 전반을 선택하며 전혀 다른 결론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다.
일명 ‘가지치기(branching narrative)’ 시리즈로 불린다. 넷플릭스는 이어 7월 14일에는 ‘버디썬더트럭: 어쩌면 봉투’를 공개했고, 내년에는 ‘스크레치 암스트롱 탈출’도 가지치기 시리즈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행보는 당연히 이용자 참여를 독려해 보다 흥미롭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이가 부모와 동화책을 읽으며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가지치기 콘텐츠를 이용하면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여 이들 저연령 이용자를 동영상 스트리밍 콘텐츠 앞에 묶어두는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그간 스트리밍 기반의 동영상 콘텐츠에서는 본격적으로 선보이지 않았던 상호작용 기반의 서비스가 시장 수용자들에게 이용 저항을 일으키지 않을지 궁금하다. 동영상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게으름이 가지치기 기능 조작 과정에서는 예외로 나타날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기능 조작을 귀찮아하는 이용자들이 얼마만큼 이에 관한 수고를 허용할지 정말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게임과 같은 적극적 열혈 유저를 확보할 수 있을지.
만일 이번 넷플릭스의 가지치기 시리즈가 호응을 얻어 관련 콘텐츠에 대해 더 많은 생산이 요구된다면 넷플릭스로서는 새로운 서비스 전략 개발의 전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저연령 이용자층을 공략할 만한, 인터랙티브 색채가 더 강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최근 정체되어 있는 전 세계 유료 이용자 시장에도 활력을 줄 수 있다.
가지치기 시리즈 서비스는 전파를 통해 일방향으로 프로그램이 전송되던 방송 송출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인터넷 네트워크가 폭발적으로 발전한 인터넷 방송 초창기 시절로 넘어오면서부터 꽤 자주 논의되던 서비스 포맷이다.
물론 이번에는 전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최강자인 넷플릭스가 시도했으니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넷플릭스라면 영상 콘텐츠의 소비패턴을 바꿔놓을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도 생긴다.
넷플릭스의 스토리 선택 서비스가 기존과는 어떠한 점이 다르고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살펴본다.
시청자가 정하는 스토리 서비스
필자는 원고를 준비하며 가지치기 시리즈 중 첫 번째 시리즈인 ‘장화신은 고양이’ 시리즈를 시청했다. 넷플릭스에서 제시한 스토리 선택 순서도(그림 1)와 같이 화면 초반부터 주인공인 고양이(Puss)가 처할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스토리가 선택형으로 완성되니 장화신은 고양이를 가장 짧게 시청할 수 있는 경로로는 총 시청 시간이 18분 걸린다. 반면에 가장 긴 경로로 시청한다면 39분이 걸릴 수 있도록 스토리가 설계되어 있다.
서비스 형태가 이렇다보니, 스토리를 길게 시청할 것인지 짧게 시청할 것인지는 이용자들의 몫이다.
콘텐츠 중간에 개입해 스토리를 선택하는 것이 이용자 입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흥미를 끄는 스토리를 선택하는 부분에서 선택의 결과가 좋으면 나름의 희열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용자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뻗는 가지의 전개 방향과 내용이 달라지므로 많은 경우의 수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 종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넷플릭스의 가지치기 시리즈 동영상들은 모두 우측 상단에 자물쇠가 표시되어 있다. 타 콘텐츠와 달리 자물쇠만 열면 해당 콘텐츠의 세계로 이용자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느낌을 풍긴다.
또 선택 장애를 겪는 이용자들을 배려해 스토리를 선택하는 화면에서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하나의 스토리가 선택되는 기능을 뒀다.
이용자들을 참여시키는 파격적인 콘텐츠이지만, 이용자가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마련해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영상에서 실패한 이유
영상 콘텐츠의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기법은 인터넷 방송이 본격 시작된 1990년대 후반부터 도입이 논의되었다.
실제로 몇몇 시도도 있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콘텐츠의 전달은 방송 전파 중심의 RF 방식에서 탈피해 IP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동시에 주문형비디오(VOD)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안방에서 주문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이용자들은 영상 콘텐츠를 한 시점에 하나만 받아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MBC TV 프로그램인 ‘일밤 인생극장’이 인터넷 환경에서 실제 구현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이용 환경이었다.
1990년대 중반 국가 차원에서 초고속 인터넷 환경의 구현이라는 기치가 내걸었지만 여전히 동영상을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는 부족했다. 본래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은 미국의 벨코어사가 VOD의 상용화를 위해 1988년 개발한 기술이다.
이렇게 잊혀졌던 VOD 기술이 1990년대 중반 인터넷 붐으로 다시 부각되기는 했지만 ADSL로 최소한 1.5Mb 이상의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무리 없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된 것은 아니었다.
TV에 익숙해져버린 시청 패턴과 행태도 걸림돌이었다.
방송 기반의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리모콘으로 조작하는 TV 시청과 편성표에 의해 스케줄링 되는 콘텐츠 제공 시스템에 편리함을 느꼈다. 따라서 PC를 켜고 부팅을 기다려 인터넷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해당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일련의 인터넷 방송 시청과정에 피로감을 느끼기 일쑤였다.
리모콘만 있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TV에 비해 당시의 인터넷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매체로 인식되기 힘들었던 것이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 넷플릭스의 시도는 적절한가?
넷플릭스가 선보인 가지치기 시리즈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이용환경을 업고 등장한 서비스다.
무선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2GB 정도 용량의 영화 한편을 10초 내외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의 기기 조작 부담감도 사라진 상황이다.
또 VOD라는 용어가 구닥다리처럼 느껴지는 건 진열대(방송사에서 제공하는 웹 플랫폼)에 놓여있는 영상 콘텐츠가 ‘주문되는’ 시대가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진열대를 직접 만들어 언제고 영상 콘텐츠들을 큐레이션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넷플릭스의 가지치기 서비스가 구현되기에 더없이 쉬운 환경이 정착된 것이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콘텐츠 이용 정보인 소위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서비스’로 이미지를 구축한 기업이라 그런지 이용자에게 플롯을 선택하게 해 맞춤형 스토리를 서비스하는 것이 어색해보이거나 전향적인 시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가지치기 시리즈에 대해 더 많은 시청 정보를 수집해 더욱 서비스를 향상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단점이 안 느껴졌던 건 아니다. 서비스가 좀 조잡하다는 느낌, 나만의 스토리를 선택했다고 해서 나만의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점, 일정한 제한 시간이 흐르면 자동적으로 스토리를 선택해주지만 이마저도 좀 귀찮게 느껴지는 점 등이 서비스의 단점으로 보였다.
이들 단점은 모두 서비스의 수준, 특이성, 편의성 등과 관계되는, 기능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속해 있다. 저연령대를 타깃으로 내세운 서비스이고 아직까지 실험적인 단계이며 내용적으로도 보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도 그리 첫 경험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오늘날의 인터넷 동영상 제공 환경은 1990년대 중반의 ADSL 인터넷 환경에 비해서는 플랫폼과 네트워크에서 많은 진보가 이뤄졌고 이용자들의 미디어 행태와 패턴도 달라졌다. 심지어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한 동영상 서비스에 관해서는 거부감과 저항도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넷플릭스의 가지치기 서비스에 확실히 유리한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와 같이 진보된 상황들은 넷플릭스의 가지치기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실패시킬 수 있는 요인도 될 수 있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니 빠르게 변화하는 이용자 선호를 파악하여 보다 다양한 서비스 내용으로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상황적 이점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는 법이다.
결국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경험과 느낌으로 그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니까.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니까.
<한국인터넷진흥원 (KISA)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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