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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실험, ‘무현금 사회’… 얼굴만으로 결제
페이 전쟁 통해 데이터 기반 사회로
[테크M=유재석 IT칼럼니스트]
중국이 정말로 화폐 없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중국의 무현금 사회란 ‘현금 거래 영역이 모바일 결제로 대체되며 ‘무현금’이 주류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은 사회’를 의미한다. 현금이 완전히 소멸됐다기보다 결제가 더 이상 현금에 구속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마트폰만으로 온·오프라인을 모두 막힘없이 상거래를 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올 3월 중국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도 ‘무현금 사회(无.金社.) 건설’에 대한 내용이 거론됐다. 심지어 이를 적극 추진하자는 건의까지 나왔다. 양회는 매년 3월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가 단위의 두 행사를 통칭하는 것으로 국가최고권력 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가리키는 말이다.
양회 기간에는 중국의 성장 목표와 개혁 방향이 발표되는데, 일회성 발표라기보다는 각 산업계의 주요 인사들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산업적으로 양회가 갖는 의미는 ‘행동 선언’에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의 주요 인사들끼리 조율한 사안을 양회를 통해 대중과 정·재계에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현금’이란 개념이 언급됐다는 것 역시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양회 개최 한 달 뒤인 4월 18일. 알리페이를 서비스하고 있는 앤트파이낸셜은 항저우에서 15개 기업과 함께 ‘무현금연맹’을 결성, 최소 30억 위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동맹에는 베이징 서우두공항을 비롯해 심천의 전자상가인 화치앙전자세계, 공유자전거 서비스인 오포, 편의점 업체인 상하이로손, 까르푸차이나, 배달 서비스 기업인 코우베이와 어러머, 핀란드여유국, 핀란드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이패시(ePassi), 호주 모바일결제서비스 페이방(Paybang), 스낵식품 전문점 량핀푸즈, 광저우 부녀아동의료센터, 저장성 신화서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은 7월 6일 웨이보를 통해 ‘무현금사회가 1698일 남았다’는 슬로건을 공개했다. 이들은 8월 항저우, 우한, 푸저우, 텐진, 구이양에서 시정부와 함께 ‘무현금도시 주간’ 행사를 열고 90%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무현금 거래(모바일 결제)가 이뤄지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전자상거래연구소인 이빵동리는 “‘저탄소 경제’와 ‘비즈니스 효율 제고’가 무현금 연맹의 목표”라고 말했다. 무현금연맹은 결제, 데이터, 신용평가 등의 서비스를 공유해 원가를 낮추고 사업의 효율성을 6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무현금 사회 청사진은 정부와 기업의 공조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기술과 서비스 역시 빠른 속도로 구현되고 있다. 현재 추진되는 무현금 사회의 흐름은 ‘모바일 결제를 기반으로 한 영역의 통합과 생체 인식’, ‘오프라인의 디지털화’ ‘디지털 신용점수’로 요약할 수 있다.
생체인식 기반의 쉬운 결제 전쟁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총 모바일 결제금액은 58조8000억 위안(약 9844조8840억 원)으로 전년 보다 381.9% 성장했다. 이미 중국 사람들은 현금 이상으로 모바일 결제를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는 서비스를 시작한 13년 전만 해도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의 에스크로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쳤다.
판매자의 사기나 환불의 문제를 막기 위해 시작한 이 서비스는 타오바오의 고객과 트래픽을 이용, 중국의 대표적인 간편 결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의 전자결제 대행(PG) 역할인 결제업무허가증을 받고 2012년부터 QR과 바코드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를 시작했다.
선두를 달리는 알리페이를 맹렬히 쫓고 있는 곳은 텐센트의 위챗페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은 각각 55%(알리페이), 38%(위챗페이)로 전체 시장의 90%를 넘는다. 은련이나 징동, 샤오미 등등 수많은 결제 서비스들은 ‘기타’로 취급받을 뿐이다. 두 회사의 주도로 중국은 오프라인 QR/바코드 결제 기반의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텐센트는 2015년부터 8월 8일 무현금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위챗페이를 오프라인에 보급하기 위해 만든 무현금의 날에는 이용자에게 88위안(2015년)부터 888위안(2016년)의 환급액을 지급했다. 첫 해인 2015년에는 중국 10대 은행과 8만 곳의 오프라인 매장이, 지난해에는 70만 곳의 상점과 40곳의 은행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결제에 생체 인식기술을 접목, 보안을 강화하면서 보다 쉽고 편리한 결제를 지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알리바바는 2016년 얼굴인식 결제에 이어 홍채인식 결제서비스인 VR페이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망막혈관 인식 업체인 아이베리파이(EyeVerify)사를 인수했는데 인수가는 7000만~1억 달러(약 787억~112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하면 깜박 잊고 스마트폰을 두고 왔더라도 얼굴과 홍체, 지문 등으로 자신임을 인증 받아 결제를 할 수 있다.
바이두 역시 생체인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6년 바이두 월드 콘퍼런스에서 리옌홍 회장은 “(딥러닝을 이용한 얼굴인식도 향상으로) 바이두의 얼굴 인식 정확도가 99.7%에 이른다”고 밝혔다. 200만 여명의 인물사진 2억 장을 분석해 인식도를 높이고 있다는 게 바이두 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두는 KFC차이나와 함께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성별과 기분 등을 파악한 뒤 제품을 추천하는 키오스크를 선보였다.
이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중국의 시장에 결제와 관련된 생태계와 인프라가 모두 구축됐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단에서 모바일을 사용할 지, 아니면 자신의 생체 정보를 사용할지 하는 선택만 남은 셈이다.
무현금 사회 촉진하는 ‘신유통’
허마셴셩, 완다, 리소, 빙고박스, 볜리펑 등 그동안 중국의 신유통 생태계와 스마트 편의점의 사례로 등장했던 업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현금 대신 스마트폰의 QR결제를 내세우고 있는 것.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셴셩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 매장이든 알리페이로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이 모바일 앱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면 5km내 지역이면 30분 내에 배송해 준다. 제품-물류-오프라인 매장-모바일이 연결됐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중국 최대의 백화점 체인인 완다그룹과 유니온페이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펴고 있다. 완다는 자체 앱을 통해 매장 내 실내지도와 매장에서의 결제 등을 서비스하는데, 유니온페이의 NFC 결제시스템인 ‘은련윈샨푸(..云.付)’를 완다의 백화점, 호텔, 병원에서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7월 2일 문을 연 바이리엔그룹의 ‘리소(RISO)’도 이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신유통 매장이다. ‘미래의 매장’이란 콘셉트로 설립된 이 곳은 오프라인 공간의 ‘데이터 기반 도식화’, ‘경험화’, ‘제품 생산 생태계’, ‘고효율적인 공급 사슬’을 통합한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매출의 60%가 신선 식품에서 나오는 리소는 식자재 구역에서 신선한 제품을 배송해 현장에서 직접 요리해주거나, 포장용 반조리 제품을 판매한다. 앱으로 구매 예약을 하면 60분 내 식품을 배송해 준다.
빙고박스와 볜리펑 같은 스마트 편의점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매장에 직원이 없는 ‘무인 편의점’ 빙고박스는 관리자 페이지와 앱을 통해 판매와 재고, 이용자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관리자가 방문해 매장을 점검하고 부족한 상품을 채워 넣는다. 베이징 중관춘에 위치한 볜리펑은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앱 만으로 물건을 사고 배송요청을 할 수 있다. 매장 내의 와이파이와 QR코드 인식을 통해 이용자가 있는 매장을 인식, 판매원을 거치치 않고 셀프 구매와 결제가 가능하다.
단순히 온·오프라인의 연결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각 재화들이 모두 디지털화 되어 고객의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 신유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신용을 디지털화하다
모바일 결제는 이용자 입장에서 쉽게 물건을 사고 편리하게 돈을 내는 수단 정도로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잠재력은 그 뒤의 이용자의 패턴을 감지할 수 있는 플랫폼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리페이 이용자의 결제 패턴을 분석해 신용점수를 부여하는 즈마신용(芝麻信用)이다.
즈마신용은 2015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부터 ‘개인신용조회업’ 허가를 받은 개인 신용평가기관이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개인간 거래 쇼핑몰), 티몰(기업 쇼핑몰), 쥐화수안(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결제 내역과 신용카드 연체 여부, 알리페이를 통한 각종 요금 납부 상황, 모바일 결제 내역, 재테크 상품 가입 현황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수를 매긴다.
즈마신용 점수(즈마펀)가 650점 이상이면 공유 자전거나 렌트카를 빌릴 때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700점 이상면 알리바바의 여행 서비스인 알리트립을 통해 싱가포르에 갈 때 무비자 입국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알리페이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시아오위엔르지)에 즈마신용 750점 이상의 남성에게만 여성 사진 콘텐츠를 제공하다가 논란이 되자 서비스를 중지하는 일도 있었다. 이는 모두 사용자의 모바일 결제 내역이 신용 점수로 환산돼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오프라인의 디지털화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모바일 기반의 결제다. 십 수 년간 구축한 온라인 상거래 생태계를 오프라인으로 이식하기 위한 허브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부터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를 뜻하는 신유통을 아우르고 있기도 하다.
모바일 결제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데이터가 오가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결제의 방식도 스마트폰에 머물지 않고 키오스크, 생체인식 등 다양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무현금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알리페이 등 핀테크 기업으로 기반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 중국이 무현금 사회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오프라인이 완전히 데이터화되는 경험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모바일 결제를 지지하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과 정부의 정책적 지지가 함께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폐와 탈세 등 수십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를 무현금 사회의 구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수천년 동안 강력한 중앙 집권 정치를 펴 왔다.
오랜 세월에 걸쳐 중앙에서 작은 시골 마을의 개인, 그리고 사회 경제를 제어하고자 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 정부는 앞선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과 사회를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기술투자와 중국 정부의 지지에 힘입어 본격적인 무현금 사회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2호(2017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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