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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샷 피플]실리콘밸리 하버드 만든 스타트업의 신, 폴 그레이엄
폴 그레이엄 와이컴비네이터 창업자
[테크M=장길수 IT칼럼니스트]
“스타트업 창업의 구체적 메커니즘을 배우는 것은 불필요함을 넘어 위험할 수 있다. 젊은 창업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스타트업의 겉모양만 흉내 내는 것이다.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가치를 높이고 멋진 곳에 사무실을 얻는 데 집중하다가 정작 사용자가 뭘 원하는지 잊어버린다.”
세계적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를 공동창업한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스타트업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강연과 에세이를 통해 예비 창업자들과 스타트업에게 통찰력 있는 비판하는 그를 사람들은 스타트업의 구루(Guru), 심지어 ‘스타트업의 신(Startup God)’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창업자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와이컴비네이터를 통해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 유망 스타트업을 초기에 발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
와이컴비네이터가 매년 2회 개최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참가, 자신들의 능력과 비전을 인정받으려 한다.
폴 그레이엄은 2005년 제시카 리빙스톤, 트레버 블랙웰, 로버트 모리스 등과 함께 와이컴비네이터를 세웠다. 이후 1500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을 지원,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가치가 무려 800억 달러에 달한다. 3000여 투자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끈끈한 인맥을 형성, 와이컴비네이터는 ‘실리콘밸리의 하버드’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폴 그레이엄은 1995년 친구인 로버트 모리스와 비아웹(Viaweb)을 창업, 웹 기반의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만들었다. 앞으로 인터넷 기반의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 웹 기반의 솔루션은 당시만 해도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는데 이는 나중에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제공(ASP)’으로 발전한다.
98년 비아웹을 4900만 달러에 야후에 판 그는 나중에 아내가 된 제시카 리빙스턴의 이직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새로운 투자 펀드를 만들기로 하는데 이 회사가 바로 와이컴비네이터다.
무조건 사용자가 중심
폴 그레이엄은 비아웹을 창업시 투자받았던 조건을 바탕으로 와이컴비네이터의 초기 투자(Seed Funding)를 체계화했다. 1만 달러를 투자받는 대신 10%의 지분을 제공한 비아웹처럼 와이컴비네이터도 약 1만2000달러의 초기 자금을 제공하고 7%의 지분을 받는 방식으로 스타트업 지원 체계를 운영한 것.
투자자로서 그는 ‘사용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스타트업들에게 던진다.
“스타트업의 세계는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대기업에 있으면 줄을 잘 서거나 열심히 일하는 척하거나 밤늦게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상사를 속일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는 속여야 할 상사가 없다. 오직 사용자만 있을 뿐이다.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는 게 핵심이다.
사용자는 마치 상어와 같다. 상어는 먹이인지 아닌지만 판단한다.
창업자들은 투자자를 속일 수 있고, 한두 번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편법에 기대기보다 진정한 문제를 푸는 것이 스타트업에 몇십 배 더 중요하다.”
사용자를 중심에 놓고 무엇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직시하라는 의미다.
그는 투자전 투자자들이 원하는 창업자들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한 바 있다. 우선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만만치 않은 창업자(Formidable founders)’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능력과 투지를 갖춘 사람을 말한다. 투자자들이 창업자를 만났을 때 짧은 시간에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폴 그레이엄은 창업자들을 단 몇 분 인터뷰하는 것만으로도 승자인지 패자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한번 의견이 형성되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몇 분의 인터뷰로 승자인지 안다
투자자들은 또 창업자의 진실성(Truth)을 중요시한다고 조언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 존중받고 좋은 인상을 주려면 진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창업자가 진실을 담아 얘기하고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 확신하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쉽다는 얘기다.
2008년 결혼한 제시카 리빙스턴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와이컴비네이터에서 힘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임원진들 역시 제시카의 사람을 보는 안목을 존중한다고 한다. 그녀는 성공적인 창업자들과의 인터뷰를 수록한 ‘세상을 바꾼 32개의 통찰(Founders at Work)’의 저자이기도 한다.
그녀 역시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는 데 ‘회복 탄력성’과 ‘추진력’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에어비앤비 역시 와이컴비네이터에 합류한 후 이미 수많은 거절을 겪었고 이를 반복적으로 극복해왔다는 것.
회복 탄력성을 기반으로 추진력을 발휘해야 스타트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엘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인공지능 비영리 조직, ‘오픈AI’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회사발전 위해 대표자리 넘겨
폴 그레이엄은 와이컴비네이터를 창업한 지 약 10년만인 2014년 젊은 파트너인 샘 알트만(Sam Altman)에게 대표 자리를 넘겼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회사가 앞으로 더욱 성장해야 하며 샘 알트만이 회사를 더 높은 단계로 진화시킬 적임자라고 밝혔다. 10년 뒤에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날 것인데 이들에게 투자하고 지원하려면 그에 맞게 회사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
폴 그레이엄으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은 샘 알트만은 MOOC(온라인 공개강좌) 형태의 온라인 스타트업 스쿨을 도입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또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도를 미국에서 시험해보겠다고 선언하는 등 와이컴비네이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화가 지향하는 해커철학자
폴 그레이엄은 작곡가, 건축가, 작가와 마찬가지로 해커와 화가 역시 좋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창조의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강연과 개인 블로그(www.paulgraham.com)를 통해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들에게 꾸준히 조언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예술가이면서 프로그래머인 그의 창의적인 기질과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기술전문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레비(Steven Levy)는 그를 ‘해커 철학자(hacker philosopher)’라고 불렀다.
폴 그레이엄은 사실 2002년 스팸 필터 알고리즘을 처음 개발한 유명 프로그래머였다. 또 프로그래밍 언어 리스프(Lisp)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리스프(On Lisp, 1993)’와 ‘ANSI 커먼 리스프(1995)’ 두 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그가 창업한 비아웹의 전자상거래 솔루션도 리스프로 짰다.
그의 개인 블로그에는 리스프에 관한 항목이 따로 있을 정도. 리스프의 역사, 리스프 관련 스타트업 등을 소개하고, 리스프를 ‘비밀 병기(The Secret Weapon)’라고 치켜세운다.
그는 에릭 레이먼드가 쓴 ‘해커가 되는 법’이란 에세이를 인용, 해커가 되려면 우선 배우기 쉬운 파이썬과 자바를 공부하라고 권한다, 심각한 해커라면 유닉스를 해킹하기 위해 C를, 그리고 시스템 관리와 CGI 스크립트를 위해 펄을 배우라고 한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해커라면 리스프 학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스프를 라틴어를 배우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라틴어가 직장을 구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되지만 인식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52호(2017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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