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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교육 발목 잡는 '1시간의 딜레마'
초연결시대 소프트웨어 교육 어떻게
2018년부터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고 고등학교는 선택과목으로 지정된다. 2019년에는 초등학교서도 소프트웨어 의무 교육이 실시된다.
컴퓨팅적 사고를 통해 창의력 향상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시작되는 국가 차원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암기식 주입 교육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한국 교육을 미래 지향적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2015년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나, 의무화를 앞둔 지금이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하나 마나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다.
시행착오를 통해 교사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졌고, 공교육의 단점을 메우기 위한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지원도 확산되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도 늘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낙관론보다 회의론에 무게가 실려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취지와 시수의 모순
회의론의 뿌리는 학기당 1주일에 1 시간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는 현행 교육 제도에 있다. 1시간 갖고서는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교육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교육 현장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정부가 2015년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을 들고 나왔을 때나 의무화를 코앞에 둔 지금이나, 시수에 대한 지적은 달라진 게 없다. 교사 확보, 전문성 및 예산 부족과 같은 문제도 1시간의 딜레라는 뿌리에서 뻗어 나온 잔가지라는 지적도 많다.
중·고등학교에 배정된 소프트웨어 교육 시수는 한 학기 34시간, 초등학교는 17시간이다. 내년부터 교육이 시작되는 중학교의 경우 학년 당 6학급이 있다고 치면, 교사 1명에게 1주일에 6시간이 배정되는 구조다.
그러나 학교가 전임 교사를 뽑으려면 해당 과목 시수가 아무리 못해도 12시간은 돼야 한다.
그런 만큼, 지금 교육 제도 아래에선 학교마다 1명씩 소프트웨어 담당 교사를 두는 것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교사 1명이 여러 학교를 맡는 순회 교사 제도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순회 교사를 두는 걸 선호하지 않은 학교장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소프트웨어 교육에 배정된 시수를 당장에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중학교 34시간도 겨우 얻어낸 것이란 게 현장 관계자들 설명. 과목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시수 문제는 교육계에서 쉽게 꺼내기 힘든 금기와 같은 이슈가 됐다는 후문이다.
대구과학고 정창훈 교사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앞두고 가장 급한 것은 교육 시수 확보”라며 “주당 1시간으로는 학생들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게 하기 힘들 뿐더러 콘텐츠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최소 주당 2시간 이상의 시수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정 교사 생각이다. 한성과학고의 송석리 교사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끄는데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1주일에 45분은 너무 짧다”면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그냥 코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에 필요한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갑수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도 “학생들에게 17시간을 교육한다고 하지만 한 단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1년 간 전체 교육 5800시간 중 17시간은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수준의 교육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별 학교 차원의 유연한 접근 필요
제도로 보장된 소프트웨어 교육 시간을 단기간에 늘릴 수 없다면,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율학기제 등을 적극 활용해 1시간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은 특히 학교 운영에서 재량권을 많이 가진 학교장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사 양성이나 교육 커리큘럼과 관련해 학교장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학교장은 교사 채용에서부터 정해진 소프트웨어 교육 시수에 유연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재량권까지 갖고 있다.
한성과학고 송석리 교사는 “시수가 1시간이라고 해서 주당 1시간만 가르치면 된다가 아니라 자율학기제 및 동호회 활동 장려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장들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수 문제를 넘어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학교 지도층의 지원은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교육 커리큘럼은 유연성이 요구된다. 학과 간 협업도 유연해야 가능하고, 시수가 적은 상황에서 민간과 협력하거나 창의적 체험 시간 등에 배정된 시간을 소프트웨어 교육에 일부 돌려 쓸 필요도 있다.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도 학교장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부 보고서를 보면 학생들에게 자율학기제 때 배우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웹툰이나 웹디자인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요리, 바리스타, 미용 등이 많다는 지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철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는 “자율학기제에 학생들이 선호하는 컴퓨터 관련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학교장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는 만큼 관련 인프라는 민간에 의존하는 것 보다는 학교에서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복하지만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1시간의 딜레마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그런 만큼, 해법도 1시간의 딜레마를 풀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학교장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민간 기업들의 참여 확대를 통해 교육 시간을 실질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5호(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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