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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도 인공지능 활용도 어려운 대한민국
[연속기획]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 ②첨단의료
[연속기획]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 ②첨단의료
의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CT 기술과 융합되면서 의료 패러다임은 이미 거센 변화에 직면했다. 세계 시장은 특히 그렇다.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신개념 의료기기 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ICT 융합의료 기술과 정밀의료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5년 발표된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략인 ‘i-japan2015’ 일환으로 의료 ICT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국가 간 협력을 통한 ICT 융합 의료산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신개념 의료기기 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3년 607억 달러(68조4000억 원)에서 2017년 1358억 달러(153조1000억 원)로 2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에는 2340억 달러(263조8000억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법제도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년째 제자리인 원격진료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원격진료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군부대, 도서 산간 지역 등에서 시범 사업도 진행됐다.
정부는 2015년 신안, 진도, 보령 지역 11개 기관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범 제공했고 2016년에는 완도군, 장성군, 옹진군 등의 50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군부대에서 시행하던 원격진료 시범사업도 2015년 40개소에서 2016년 63개소로 늘렸다.
그러나 시범 사업을 뛰어넘는 판은 아직 깔리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 IT업체 한 관계자는 “원격진료와 관련해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도적으로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원격 의료로 명시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하는 곳과 받는 곳 양쪽에 의료진이 있어야만 합법이다. 의료진이 환자만 보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대해 의료IT업계 관계자는 “현장에 의료진이 있다면 환자를 직접 진료할 수 있는데 원격진료가 필요하겠느냐”며 “의료진이 멀리 떨어진 곳에 환자를 진료한다는 원격진료 개념과 상충된다.
현재 원격진료는 의료진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원격 진료가 시범 사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는 복잡한 의료계 상황과 보수적인 의료계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 의사들은 원격진료를 ‘화상채팅’이라는 식으로 바라보면서 진료는 무조건 직접 대면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격진료가 확산되면 대형병원에 유리하고 중소형 병원이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원격진료가 의료민영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맞물리면서 원격진료가 추진됐다가 중단되고 시범 사업을 한 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는 과정이 수년 째 반복되고 있다.
원격진료 규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원격진료 사업을 접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 의료IT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원격진료 관련 사업은 포기했다”며 “20년~30년 후에도 바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기업들이 원격진료가 가능한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국내 사업을 접고 있다”고 전했다.
신기술에 대한 모호한 분류 걸림돌
의료 분야에서 AI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에서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해 암 진단을 시도하고 있으며 다른 대형 병원들도 AI를 의료영상판독, 뇌질환 분석 등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들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신기술을 통한 진단의 합법성도 불명확하다 보니 연구를 확대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이같은 기술을 의료기기로 볼지 또는 참고문헌으로 볼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진단은 의사만이 가능하며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통한 진단은 불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존 의료기기나 의료 소프트웨어(SW) 등은 의료인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도움을 주는 수준이었다.
병명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주체는 의료진이었다. 하지만 AI, 빅데이터 등도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병명을 도출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내린 결론을 어떻게 봐야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AI 등 신기술을 의료기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의료 서적과 같은 참고 문헌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식약처는 2016년 12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안)’을 내놓고 관련 분야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및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의료기기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사용목적에 따라 구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정보검색용은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으며 환자의 질병 진단, 예방 등의 목적으로 의료정보를 분석, 진단 또는 예측하기 위해 제조된 SW는 의료기기에 해당될 수 있다.
식약처는 올해 4월부터 AI 기술 적용 의료기기 판단기준 및 분류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정부 방안이 나오면 AI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I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발성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법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AI,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의료 분야 개인정보 관리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의료IT업체 관계자는 “결국 데이터가 중요한데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활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의료 분야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데 개인정보보호법이 행정안전부 소관이라서 양쪽의 규제를 다 받아야하고 문의를 할 때도 양쪽에 다 해야하는 점도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개인정보보호도 중요하지만 정밀 의료 연구 등에 데이터 활용이 불가피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신기술들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료기기 개발업체 관계자는 “AI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에서는 규제 때문에 사업이 안 된다고 한다”며 “일부 그런 면도 있지만 의료분야는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원격진료, AI, 빅데이터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활발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 도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료진, 병원, IT전문가, 서비스를 받는 환자 등이 논의를 활발히 하면서 의료법, 의료기기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어떻게 개편하고 새로운 기술의 융합을 어디까지 어떻게 허용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테크M = 강진규 기자(viper@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5호(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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