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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에서 엣지로, 새 컴퓨팅 패러다임의 탄생
클라우드에서 엣지로
글로벌 IT시장 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2018년 10대 기술 트렌드를 보면 흥미로운 키워드 하나가 눈에 띈다. 엣지컴퓨팅이다. 가트너 표현을 빌리면 ‘클라우드에서 엣지로’는 2018년 중량감 있는 기술 트렌드다.
클라우드가 IT의 미래를 상징하는 말로 통하는 상황에서 유력 시장 조사 회사인 가트너가 엣지컴퓨팅을 화두로 던진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엣지컴퓨팅의 부상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 자율주행차나, 산업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들 중에는 실시간으로 대응해줘야 의미를 갖는 것들이 많은데, 원격지에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커버하기는 무리가 있다.
센서가 부착된 하드웨어 근처에 데이터 처리를 위한 엣지 컴퓨팅 하드웨어를 따로 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우면 클라우드로는 어려운 실시간 대응도 가능해진다.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데이터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도 핵심은 데이터다.
자율주행차는 차량에 탑재된 많은 센서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실시간 대응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엣지컴퓨팅의 확산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클라우드와 상호보완 관계로 진화
클라우드와 엣지는 상호 보완적이다. 클라우드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엣지는 실시간 데이터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트너의 데이비드 설리 애널리스트는 “보완재 개념으로 사용될 경우, 클라우드는 서비스 중심 모델과 중앙 집중화 제어, 조정 구조를 형성하는 컴퓨팅 스타일이 될 수 있고, 엣지는 클라우드 서비스 측면의 비연결, 비분산 프로세스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스타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엣지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초반 레이스를 주도하기 위한 관련 업체들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대부분이 클라우드와 엣지컴퓨팅의 공존이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공존의 방식을 놓고서는 업체들마다 전술이 엇갈린다.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들의 공세로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은 전통적인 컴퓨팅 하드웨어 업체들도 엣지컴퓨팅이 클라우드의 빈구멍을 메워줄 것이란 판단 아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델EMC가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다. 델EMC는 엣지컴퓨팅 게이트웨이 제품군과 임베디드PC를 기반으로 1년전 부터 엣지컴퓨팅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엣지컴퓨팅에 대한 본사 차원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 공략에 더욱 힘이 붙을 것이란게 회사 측 설명.
델EMC코리아에 따르면 엣지 게이트웨이는 원격 데이터센터와 센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산업 현장에 부착된 센서들로부터 쏟아지는 데이터들 중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것들은 오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보다는 엣지 게이트웨이에서 처리해야 한다.
델EMC코리아의 조항기 이사는 “발전소나 정유 공장에서 갑자기 기름이 너무 많이 흐르면 바로 잠그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엣지컴퓨팅은 이같은 상황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엣지 게이트웨이는 실시간 의사 결정은 물론 클라우드로 가지 않아도 되는 데이터를 걸러줘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하며 보안 및 데이터 연속성도 향상시킨다”고 덧붙였다.
델EMC는 엣지컴퓨팅 시장 공략을 위해 엣지 게이트웨이3000, 엣지 게이트웨이5000, 임베디드박스 3000, 임베디드박스 5000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다. 제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별 제품을 공급한다.
엣지컴퓨팅 솔루션에서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고장나면 곤란하다. 조항기 이사는 “고장을 줄이기 위해 영하 30도, 영상 70도 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델EMC는 실시간 데이터 대응을 필요로 하는 제조 및 유통, 자동차 분야에서 엣지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확 커지기 보다는 서서히 성장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대형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에 맞설 카드로 엣지컴퓨팅을 뽑아들었다. 몇년 전 직접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고 AWS와 한판 붙었다가 힘에 부쳐 시장에서 철수했던 HPE는 이번에는 전술을 바꿔 엣지컴퓨팅을 승부수로 던졌다.
엣지컴퓨팅 인프라로는 아루바 네트워크 솔루션과 HPE 서버를 전진 배치한다.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멕 휘트먼 HPE CEO도 공개석상에서 엣지컴퓨팅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기업들이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면서, 각종 센서가 탑재된 기기들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들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엣지컴퓨팅 시장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클라우드-엣지 공존 방식 놓고 다양한 접근
엣지컴퓨팅은 클라우드 대세론을 주장해온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거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들에게 위협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가운데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도 엣지컴퓨팅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엣지컴퓨팅은 클라우드의 연장선상에 있는 컴퓨팅 개념”이라며 엣지컴퓨팅에서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마이크소프트에서 엣지컴퓨팅을 전략을 이끄는 이건복 NTO(National Technology Officer)는 “클라우드와 엣지는 따로따로가 아니라 공통 분모가 있어야 한다. 엣지컴퓨팅을 도입한다고 엣지컴퓨팅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면서 클라우드와 엣지컴퓨팅의 융합을 부각했다.
이건복 NTO에 따르면 클라우드와 엣지는 겉보기엔 별개지만 엣지컴퓨팅에서 클라우드의 역할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엣지컴퓨팅과 클라우드는 맞물려 돌아가야 효과적이다. 클라우드에서 엣지컴퓨팅의 핵심적인 부분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면 저렴한 하드웨어로도 효율적인 엣지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을 뿐더러 새로운 요구사항이 필요할 때 마다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쉽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클라우드와 엣지컴퓨팅의 융합을 지원하는 제품을 공개했다. 올해 내놓은 애저 IoT 엣지가 바로 그것. 애저 IoT 엣지는 델EMC나 어드밴텍 등이 판매하는 게이트웨이형 하드웨어가 아니다.
애저 클라우드 고객 중 엣지컴퓨팅으로 확장하려는 기업들이 리눅스나 윈도 기반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모듈 성격의 제품이다. 역할은 애저 클라우드와 엣지컴퓨팅을 연결하는 것이다.
이건복 NTO는 “애저 IoT 엣지를 설치하면 클라우드에서 푸시 방식으로 엣지 기능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면서 엣지와 클라우드는 같이 돌아가는 ‘트윈(Twin)’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애저 IoT 엣지는 CPU와 리눅스 또는 윈도가 탑재된 기기에선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고가 하드웨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30달러 짜리 라즈베리파이 기기만 있어도 엣지컴퓨팅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설명이다.
엣지컴퓨팅을 위해 게이트웨이 하드웨어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건복 NTO는 “컨테이너 가상화 기술을 통해 클라우드와 엣지컴퓨팅 간 상호 작용을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면서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대응이 중요한 환경에서 클라우드와 엣지를 따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엣지컴퓨팅 개발을 위한 업체간 동맹도 본격화됐다. 도요타는 지난 7월 인텔, 에릭슨, NTT, NTT도코모, 덴소, 도요타 산하 인포테크놀로지 센터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오토모티브 엣지 컴퓨팅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컨소시엄은 엣지컴퓨팅 기술 개발을 통해 클라우드의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도요타와 컨소시엄에 따르면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확산에 따라 차량과 클라우드 간 오고가는 데이터 규모는 지금보다 1만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0엑사바이트 또는 100억 기가바이트급이다.
이에 컨소시엄은 엣지컴퓨팅을 통해 지능형 주행, 실시간 데이터 기반 지도 생성, 운전 지원과 같은 신규 서비스를 지원하는 생태계를 육성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가 담당하는 일부 데이터 처리 과정을 엣지컴퓨팅이 소화하면 전체 네트워크 트래픽을 보다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컨소시엄 설명이다. 인텔도 인텔리전스 에브리웨어라는 키워드 아래 도요타와 비슷한 개념을 추구하고 있다. 스마트 차량, 엣지 컴퓨팅, 중앙 클라우드 프로세싱, 고속 무선 연결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테크M=황치규 기자(delight@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56호(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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