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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암호화폐 정부 규제 실효성 논란

2018-01-08김태환 기자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에 대해 규제 중심 정책은 오히려 시장 안정화엔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미 자율 규제안을 내놓고, 규제 방침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부가 반복적으로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한다는 뉘앙스의 발표를 내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가상계좌 관련 조사 진행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한 6개 은행(농협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을 상대로 특별검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FIU는 해당 6개 은행에 대해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실태와 실명확인시스템 운영 현황을 점검한다. 

세부적으로는 ▲ 암호화폐 취급업자(거래소)에 의한 자금세탁 위험 평가 여부 ▲ 가상화폐 취급업자 식별 절차마련, 이용자 정보 확인 등 고객 확인 ▲ 고액현금 수반거래, 분산·다수인 거래 등 의심 거래의 보고 선 ▲ 입금계좌와 가상계좌의 명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여부 ▲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등 절차를 마련·운영하는지 ▲ 이용자·거래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거래 거절 등의 절차를 마련·운영하는지 여부 등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최대한의 조치를 할 것이며, 그중에 하나가 오늘부터 시작한 점검”이라며 “그동안 있었던 여러 거래소들의 해킹·전산 사고로 인한 거래중단들이 있었던 만큼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법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해서 강력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규제는 ‘유빗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 방지와 더불어 암호화폐에 대한 과열된 투기 심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유빗 해킹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액은 176억 원으로 추산되지만 가입된 손해보험 규모는 30억 원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손해액을 보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 위원장은 “(한국의 경우)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불릴 정도의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한 (암호화폐)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어떤 규제의 미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요인도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한국이 더 이상 이러한 비정상적인 거래를 주도하는 시장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체계적 규제 설계가 필요”

그러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정부의 잇단 규제 움직임이 실효성을 거둘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부처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조급한 대책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가 최초로 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놨던 지난해 12월13일 정부부처 차관회의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제시됐다. 두 번째 규제안이 나온 지난해 12월28일은 이용자 실명확인에 대한 규제안이 나왔다. 

세 번째 규제인 이번 금융위 조사는 가상계좌 이용에 대한 내용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가 내놓은 자율규제안과도 비교해도 새로운 것을 찾기 어렵다.

지난해 12월15일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자율규제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사용자 본인 확인이 된 실명계좌를 사용하도록 하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가 도입된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14개 회원사들은 오는 20일까지 실명계좌 사용으로 결제계좌가 전환되며,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현재는 신규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금융위 조사가 ‘뒷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불법 문제에 대한 조사는 물론 다 응해야 한다. 다만 현재 정부의 대처는 체계적이지 않다. 상황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아서 조급하게 내놓는 대처”라며 “거래소에서 주장하는 중장기적 건전성 규제가 필요하다. 정부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오히려 시장의 변동 폭이 더 커지고 불안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흔들기식 규제’를 지양하고 자율규제를 기반으로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인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5월 유럽연합에서 권고한 바와 같이 정부의 선제적 규제보다는 불간섭주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술 발전 속도는 시속 100km로 달려가는데 정부 규제는 시속 20km 속도 밖에는 나지 않는다. 규제가 의회를 통과하는 순간 이미 낡은 규제가 돼 철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 자율규제는 시속 70 km로 부족하나마 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 교수는 “만약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체계적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즉 기술의 발달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분야는 무엇이고 이것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써 어떤 의미를 갖으며 또한 일자리 창출 면에서 얼마나 효과적인 지 등 전반적인 영향(Impact)에 대해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테크M 김태환 기자 = kimthi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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