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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시대 이끌 차세대 통신 기술의 부상
MWC리포트: 스마트폰에서 5G로
[테크M=최호섭 IT컬럼니스트] 100만 원이 넘는 입장료에도 매년 MWC에는 더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든다. 모바일 시장의 변화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이들이다.
올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전시회 주제는 ‘더 나은 미래’다. 통신 업체 입장에선 올해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5G 이동통신 상용화가 코 앞에 와 있는 데다가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싼 위기론도 끊이지 않는다. 미래는 불투명한데, 대규모 투자를 해야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감안해 통신사들은 기술을 중심으로한 변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MWC 현장에서도 5G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외 주요 통신사들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이 주는 볼거리는 예전에 비해 시들해진 느낌이다.
스마트폰 딜레마
이번 MWC에서 스마트폰 분야 주인공은 삼성전자가 발표한 갤럭시S9이었다. 삼성전자는 매년 상반기에 갤럭시S 시리즈를 발표해 왔고,대체로 MWC를 그 무대로 삼아 왔다. 9번째 갤럭시S도 올 MWC 개막 직전에 공개됐다.
갤럭시S9에 대한 평가는 꽤 복잡하다. 무엇보다 이전 세대인 갤럭시S8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삼성전자는 카메라와 얼굴을 3차원으로 읽어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AR 이모티콘을 강조했다. 1년 전 선보였던 빅스비도 개선돼 카메라를 비추면 이미지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읽어들여 관련 정보를 연결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증강현실 기술로 글자를 번역해주는 시연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세대를 넘어서는 플래그십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디자인이 거의 바뀌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어 보인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 디자인은 기업들이 공을 많이 들이는 데다 쉽게 질리지 않기 때문에 같은 폼팩터를 조금 가다듬어 두 세대를 끌고 가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세대를 구분할 만한 ‘한 방’에 대한 자극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점이 ‘뭐가 달라졌지?’ 하는 의문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LG전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LG전자는 대체로 MWC에서 G5, G6 등 플래그십 ‘G’시리즈를 발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신제품을 내놓는 대신 이전 모델인 V30의 개선판인 V30s를 내놨다. 메모리를 기존 4GB에서 6GB로 높였고, LG전자 인공지능 플랫폼인 ‘씽큐(ThinQ)’를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올해 MWC 스마트폰의 주인공이었던 갤럭시S9. 하지만 기술과 시장 환경 모두가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제조사들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그럼에도 LG전자 역시 확실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다른 기업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기업들도 신제품보다는 기존 제품들을 그대로 내놓았다. MWC에서 서로 주목받기 위해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벌이던 이전과는 다른 장면이었다.
관련 업계의 행보에 대해 시장은 썩 달갑지 않은 눈치다. 신제품들이 ‘새로움’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혁신 역량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말로 ‘혁신’ 동력이 주춤하는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비춰질 수 있지만 그 보다는 기술의 성숙기, 정체기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또 강하게 찾아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 동안 스마트폰 기술 발전은 반도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마트폰도 하나의 컴퓨터인 데다가 작은 기기 안에 기능이 많은 모바일 운영체제들을 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혁신을 이끌어 온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발전 속도는 매년 2배 이상씩 빨라지던 예전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기술 부족보다는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를 주도하는 ARM의 로드맵이 멈춰있기 때문이다.
ARM만의 탓은 아니다. ARM은 설계만 맡는데, 기존에는 ARM이 제공하는 프로세서 설계가 실제 생산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스마트폰 업계가 최신 아키텍처를 순식간에 양산, 공급에 나서면서 프로세서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진 측면이 있다. 지금 스마트폰 반도체가 성능에 불만이 없을 만큼 빠른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커다란 화면에 대한 수요는 6인치를 한계로 맞았다. 업계는 지난해 18:9 긴 화면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해상도가 높아졌다거나 색 표현력이 더 좋아졌다는 메시지가 통하지 않을 만큼 기존 스마트폰의 화면은 이미 훌륭하다. 결국 지난 2~3년 사이에 서서히 기술 발전이 정체되던 것이 현실로 닥쳤다고 볼 수 있다.
카메라와 인공지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있지만 카메라 역시 불편한 부분이 거의 사라졌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통한 혁신을 체감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성능과 기능으로 1년에 2개씩 플래그십을 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최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움보다도 과거의 기억을 현재 기술로 되살린 노키아의 바나나폰 ‘8110’ 같은 제품이 더 눈에 띄는 것이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모습이다.
손에 잡히는 5G 이동통신
스마트폰의 차세대 기술은 통신, 즉 5G라는 해석도 있다. 5G 통신은 지난 수년간 MWC를 뒤덮은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MWC를 찾은 관람객들이 5G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표준이 없으니 전송 기술과 이용 주파수, 심지어 그 위에 올라가는 서비스까지 개념 외에는 완성품을 보여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올해 MWC에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5G 통신은 한국과 일본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각각 시범서비스, 상용서비스 시점으로 잡으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관전포인트가 됐다.
ZTE의 접는 스마트폰. 휘는 디스플레이 대신 베젤이 없는 화면 두 개를 이어 붙이고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이나 아이디어 면에서도 나름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노키아의 5G 안테나. 28GHz의 밀리미터웨이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안테나다. 주파수를 비롯해 표준 규격이 잡히면서 5G 기술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3GPP)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 첫번째 기술 표준안에 대해 합의했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앞당겨진 조치다. 이 때문에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공식적으로 5G 이동통신 기술이 곳곳에 쓰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노키아, 인텔, 퀄컴, 화웨이 등이 평창을 무대로 그 동안 아껴두었던 기술을 선보였다. 동계올림픽의 폐막과 동시에 5G 통신 기술에 대한 바톤은 MWC로 넘어갔다.
MWC에서는 표준안으로 결정된 3.5GHz와 4.5GHz대 주파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지국이 선보였고, 실제로 상용화 수준으로 작동하는 시연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3.5, 4.5GHz대 주파수 외에도 28GHz대 밀리미터웨이브를 이용해 초고속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지난해까지 MWC 부스들이 대체로 개념에 기반한 시연과 목업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 MWC는 5G가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MWC에선 5G 통신을 지원하는 ‘모뎀’ 기술도 관심을 끌었다. 새로운 이동통신 주파수와 통신방법을 기기에 풀어서 전달해주는 것이 모뎀이 하는 역할이다. 그 동안 통신 표준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던 것과 반도체 기술 문제로 5G를 지원하는 소형 칩셋 형태의 모뎀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텔과 퀄컴, 화웨이는 각자 기술을 담은 5G 모뎀을 이번 MWC를 통해 공개했다. 인텔은 PC에 5G를 접목한 노트북 플랫폼을 발표했고, 퀄컴과 화웨이는 스마트폰 개발 계획을 공유했다.
아직 새로운 주파수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안테나 기술이 완성되지 않아 스마트폰 개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노트북이나 태블릿에서는 5G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스마트폰 안테나 기술도 곧 자리를 잡아 올 연말이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통신사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성공적으로 5G 통신을 운용한 경험을 갖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 보다 빠른 2019년 5G 상용화에 나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중국 아닌 화웨이의 성장
스마트폰을 비롯해 중국 기업들의 성장은 한국 회사들에게 언제나 부담이다. 이번 MWC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다른 전시회에서 그랬듯 이미 시장을 읽고 그에 맞는 제품들로 스스로의 영역을 탄탄하게 다져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화웨이의 행보가 눈에 띈다. 언제부터인가 화웨이는 MWC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꼽히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벌써 몇 년째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1관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할 만큼 커다란 부스를 운영해 오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PC 등 소비자 제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화웨이가 MWC 부스 규모를 키우는 것은 단순히 ‘보여주기’를 위한 것은 아니다. 화웨이는 통신 장비로 시작해, 그 위에서 돌아가는 클라우드, 네트워크 가상화 등의 서비스와 단말기, 반도체까지 통신을 주제로 한 모든 사업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통신’이라는 명확한 중심 목표를 통해 움직이다 보니 각 기술이 탄탄히 맞물리면서 전시장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특히 5G를 기점으로 뒤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통신 기술에 집중했다.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특허와 표준 규격의 상당부분을 손에 쥐게 됐다. 사실상 화웨이는 노키아와 더불어 현재 5세대 이동통신의 가장 큰 주도권을 쥐고 있는 통신 장비 기업이기도 하다.
막대한 투자가 이어진 이유는 5G가 주파수 규격부터 거의 모든 부분이 새로 개발되는 통신 기술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술을 중요시하는 화웨이의 전략을 보여줄 수 있고, 이동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소프트웨어 등의 서비스에도 새로운 기술을 반영하기 쉽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성장세는 단순한 중국 기업의 시장 확대로 보기 어렵다. 화웨이는 미국을 비롯한 특정 시장에서 보안을 이유로 찬밥대우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세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한 무기로 가격은 물론 최고 수준의 기술이 뒷받침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미국 기업’이라고 구분하지 않듯 화웨이도 이제 중국 기업으로 묶어둘 수 없는 기업이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0호(2018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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