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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주소 서비스 ‘어디야?’전 세계 모든 위치를 딱 세 단어로!
PEOPLE&COMPANY 권요한 인포씨드 대표
한강 반포지구 공원에서 중국집 배달원이 소리친다. “자장면 시키신 분?” 목청껏 외치지만 주문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편 음식을 주문한 사람은 넓은 공원에서 배달원이 제대로 찾아올지 궁금하다. ‘어디야?’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집이죠? 여기 주소가 ‘해변.빈도.제거’인데요, 자장면 3개 갖다 주세요.” 30분 후. “손님, 자장면 3개 시키신 거 맞죠? 여기 있습니다.”
세상 모든 주소를 세 단어로 표현
인포씨드(Infoseed)가 선보인 ‘어디야?’는 단어와 격자를 이용한 주소 플랫폼이다. 방법은 이렇다. 전 세계 모든 곳을 약 10m×10m 크기의 사각형 격자로 나눈다. 전 세계 약 5조 개, 대한민국은 바다까지 합쳐 약 41억 개의 격자가 생긴다.
각각의 위치에 ‘세 단어’로 이뤄진 격자주소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세종문화회관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75’다. 하지만 이 주소로는 대극장과 미술관을 구분할 수 없다. ‘어디야’를 통하면 10m 격자로 나뉘어 주소가 부여되기 때문에 대극장은 ‘합계.영혼.오르간’으로, 미술관은 ‘어른.양고기.소비자’로 표시된다. “어디야?”라고 물었을 때 앱에 뜨는 ‘세 단어’를 답하면 정확한 위치가 서로 공유되는 것이다.
권요한 인포씨드 대표는 “아프리카 초원이나 대서양 한 가운데, 고비사막 언덕도 가로세로 10m 단위로 세 단어의 주소가 부여된다”며 “기존 주소로 표시할 수 없었던 모든 곳의 위치를 쉽고 정확하게 말하고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에 따르면 ‘어디야’ 서비스는 현 주소체계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범죄나 사고 발생 시 정확한 위치를 빠르게 말할 수 있다. 산이나 강, 바다에서 재난을 당했을 때도 좌표 대신 세 단어의 격자주소를 통해 쉽게 위치를 파악 할 수 있다.
불분명한 주소로 인한 손실도 줄일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적 운송업체 UPS는 주소 혼동에 따른 불필요한 이동을 하루 1마일(1.6km)씩만 줄여도 연 5000만 달러(약 570억 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O2O, 여행, 숙박 등 정확한 주소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 모두에 활용될 수 있다. 권 대표는 “쉽고 정확한 주소는 기업을 포함해 사회 전체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인프라”라고 말했다.
사실 세 단어로 이뤄진 격자주소 서비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영국의 스타트업 ‘왓쓰리워즈(What3Words)’가 2013년에 선보였다. 지리정보시스템(GIS) 전문가였던 권 대표는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의 구조 요청에 해경이 사고지점의 위치와 경도를 묻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좌표(위·경도)를 몰라도 위치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권 대표는 왓쓰리워즈의 서비스 소식을 접한 후 곧장 영국으로 향했다. 한글 서비스를 추진했지만 비용과 기술적 문제 등에 부딪혔다. 권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고, 4년 여간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후발주자인 만큼 더 정확하고 정교한 주소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권 대표는 “겉으로 보이는 것은 왓쓰리워즈와 비슷하지만, 알고리즘을 비롯한 구현 기술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우선 인포씨드의 ‘어디야’는 지구 표면과 가장 흡사한 주소라고 할 수 있다. 왓쓰리워즈는 지구를 공처럼 둥근 ‘구’로 인식하고 격자주소를 부여한 반면 인포씨드는 지구를 타원체로 정의했다. 권대표는 “지구가 공처럼 둥글다면 중앙에서 반지름 길이가 모두 같아야 하는데, 실제로 지구의 적도 반지름은 약 6378km이고, 극반지름은 약 6357km로 적도반지름이 극반지름보다 대략 21km가 더 길다”고 말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다. 유럽처럼 여러 국가들이 인접한 경우 실제 위치와 격자주소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권 대표는 그런 오차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고, GIS, 좌표, 주소를 매핑해 지구 표면에 가장 근접한 세 단어 격자주소를 산출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초연결시대 적합한 위치기반 서비스
또 다른 차별점은 ‘사물주소’다. ‘어디야’는 10m×10m 격자 안에 1m×1m 단위로 사물의 주소를 부여할 수 있다. 격자주소는 단어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사물주소는 기업이나 개인이 용도에 맞게 단어를 등록하고 정보도 입력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이순신 장군 동상에도 평화의 소녀상에도 사물주소를 부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정확한 위치와 거리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물에 주소를 부여하는 것은 ‘어디야’ 서비스의 확장성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1m×1m 격자에서는 약 500조 개의 사물주소가 생성된다. 지구상의 웬만한 사물에 세 단어 주소를 부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사람과 사물을 잇는 초연결시대에서 ‘쉽고 정확한’ 연결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권 대표는 “인공지능 비서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과 기계가 소통하는 방법이 중요해졌다”며 “격자주소와 사물주소는 특정 위치를 사람과 기계가 가장 쉽고 정확하게 소통하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차이는 또 있다.
왓쓰리워즈는 전 세계의 격자주소를 정의하는 데 4만 단어가 필요하지만 인포씨드는 언어별 약 2만 단어만 있으면 적용이 가능하다. 또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한정해 격자주소와 사물주소를 생성하고 서비스할 수도 있다. 격자주소를 개발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현재 전 세계에서 격자주소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인포씨드와 왓쓰리워즈 뿐이다. 왓쓰리워즈의 기술은 지난해 벤츠자동차의 차세대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에 채택됐다. 인포씨드 역시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피커 등 4차 산업으로의 활용을 꾀하고 있다.
다만 권 대표는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기술 개발은 늦었지만 더 정교하고 더 유연한 세 단어 격자주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진정 쓸모 있는 기술은 사용자들이 먼저 알아본다는 믿음도 한 몫하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1호(2018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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