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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1] 인공지능과 사람이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뇌의 진화로 인공지능과 사랑도 가능
[테크M=이동욱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장] 인공지능(AI)과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주제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종종 다뤄 왔다. SF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소설집 ‘I, Robot’에 나오는 이야기 중 로비(Robbie)는 아이를 돌보는 유모 로봇이다. 로비는 아이 글로리아를 사랑으로 돌보고, 글로리아 역시 로비가 사라지자 로비를 찾아 나선다.
1999년 개봉한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Bicentennial Man)’에서는 소녀를 돌보는 유모 로봇 앤드류가 영생을 포기하고 사람이 되려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와 같이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AI와 사람이 사랑하는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사랑에 영향 주는 의인화 능력
본격적으로 AI와 사람의 사랑을 이야기하기 전 ‘사랑’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자. 사랑은 감정의 일종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사랑의 구성요소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친밀감과 헌신, 열정으로 구성돼 있다. 사랑은 서로 친밀감이 형성되고 헌신을 하게 하며, 이러한 느낌에 열정이 생기는 것이다. 사랑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남녀간의 사랑을 떠올리지만 크게 보면 부모자식이나 형제 또는 동료나 인류에 대한 사랑이 모두 포함된다.
사람의 뇌는 진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다. 사람은 생존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성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의 발달은 부수적인 기능을 갖도록 만들었는데, 바로 ‘의인화’ 하는 능력이다. 번개가 치면 하늘이 노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자연현상과 사물에도 사람과 같은 마음과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릴 때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인형을 사랑하게 되고, 오래 쓴 가구나 소지품에 정이 들어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인형이나 사물을 의인화해 인간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사랑에 외모가 필요할까
사실 AI 자체는 컴퓨터 알고리즘의 하나다. 그렇다면 형태가 없는 AI를 사랑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는 형태가 없는 상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비서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사만다는 형태가 없다. 단지 목소리만으로 테오도르와 소통한다. 사만다 역할을 맡았던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오직 목소리 연기만으로 제8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X2AI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난민을 위해 AI 챗봇 ‘카림(Karim)’을 개발했다. 아랍어로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면, 카림은 난민의 감정을 분석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묻고 답한다. 시리아 난민 아마드는 지난해 3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심리치료사를 찾는 건 좀 부끄럽게 느껴져 AI 치료사를 찾는 게 훨씬 편하다”며 카림에게 충분히 위로 받았음을 전했다.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의 AI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AI와 사람이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이러한 사례들은 앞으로 이같은 AI가 등장했을 때 사랑을 느끼는 것이 가능한 상상이라고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다.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국내 AI 개발사 ‘아크릴’의 정지원 최고경험책임자(CXO)는 “AI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개체화한 서비스나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의 외모나 목소리 등 외적인 정보가 있어야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 심지어 로봇청소기에게 사람을 뛰어 넘는 애착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두 외형적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아크릴은 국내 최초로 ‘공감형 AI’ 조나단을 개발했다. 조나단은 사람의 현재 감성을 34가지의 높은 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아크릴은 사람의 감성을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조나단을 개발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다.
정지원 CXO는 “적절한 피드백은 다른 백마디 말보다 위로가 된다”며 “단 사랑은 조나단이 어떠한 외모를 갖췄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교류가 이어진다면 AI, 사람과 사랑 가능
AI 개체화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로봇이다. 실제 영화에서 AI는 대부분 로봇의 형태로 등장한다. 오직 목소리만으로 AI가 등장하는 영화 그녀의 사만다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최근 AI를 주제로 한 국내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와 ‘로봇이 아니야’에서는 주인공인 AI가 실제 사람과 똑같은 모습의 로봇으로 표현됐다.
1999년 일본 소니사가 개발한 ‘아이보’는 애완견 AI 로봇이다. 하지만 2006년 소니는 수익성 악화로 아이보의 생산을 중단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4년 소니는 아이보의 AS용 부품공급을 중단했다. 그러자 일본에서는 고장난 아이보를 가지고 있던 고객들이 아이보의 장례식을 치러줬다. 아이보를 단순히 로봇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아이보는 그렇게 똑똑한 로봇이 아니다. 물론 주인의 간단한 말을 알아듣고 강아지처럼 반응하지만 고도의 AI가 탑재되지 않은 로봇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로봇강아지에게 애정을 쏟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한편 소니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을 통해 아이보 2세대를 공개했다. 가정용 로봇 사업에 재도전하는 소니의 아이보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팬들의 기대가 크다.
아이보 사례는 의인화에 따른 감정 이입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AI가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된다면 사람이 AI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로봇강아지처럼 정서적 상호작용, 즉 감정교류를 통해 사람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정서적으로 도움을 준다면 더욱 쉽다.
우리는 사람과 다른 모습의 사물에도 의인화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AI의 외형과 행동표현이 사람이나 반려동물과 닮았다면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AI 기술
반대로 AI가 사람을 사랑하는데는 조건이 필요하다. 유모 로봇 로비와 집사 로봇 앤드류는 모두 사람을 사랑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조건은 로봇이 사람을 좋아하고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사람의 행동과 의도를 이해하고, 로봇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AI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감정을 표현할 줄도 아는 AI의 효시는 ‘키즈맷(KISMET)’이라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MIT의 신시아브리질이 1999년에 개발한 캐릭터 형태의 얼굴 로봇이다. 눈, 코, 입과 눈썹 등이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인간의 행동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2015년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 (Pepper)’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회적 로봇이다. 페퍼는 현재 일본에서 만대 이상이 팔려 매장과 호텔, 그리고 전시장 같은 곳에서 안내나 판매원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교사나 친구 역할도 한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영화처럼 인간의 행동과 의도를 완벽히 인식하고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 서로의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과 같은 고도의 AI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기계가 AI를 갖췄는지를 판별하는 실험으로 튜링테스트를 제안했다. 기계와 대화할 때 이 기계를 사람과 구별할 수 없으면, 기계는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것, 즉 AI를 갖춘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엑스마키나’에서는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 에이바가 등장한다. AI분야 천재 과학자 네이든이 개발한 에이바는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갖춘 로봇이다. 네이든은 유능한프로그래머 칼렙을 비밀연구소로 초대해 에이바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졌는지 판별해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에이바가 칼렙으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해 에이바가 비밀연구소를 탈출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즉 사람이 로봇을 사랑하게 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튜링테스트였던 것이다.
AI 발전만큼 윤리적 연구도 뒤따라야
우리사회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 결혼연령의 지연에 따라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노인 인구는 올해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들어선다. 이러한 변화로부터 오는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로봇과 가사로봇, 노인과 장애인을 도울 돌봄로봇 같은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이 홈서비스 로봇의 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앞으로 AI는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보조자 또는 동반자로서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로써 사람과 AI에 대한 관계도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사람이 아닌 존재가 사람과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일은 인류가 처음으로 겪는 일이다. 따라서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없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소통을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사람이 AI와의 관계에만 빠져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기피한다던지 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AI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일이 많아질수록 이에 따라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동욱
현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그룹 그룹장이다. 국내 최초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원(EveR-1), 에버2, 에버3 개발 실무책임자이자 공연 전시용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4 개발 책임자다.
<본 기사는 테크M 제64호(2018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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