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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역설의 시대, AI는 다르다?···이경전 교수, 생활 바꿔 측정 어려울 뿐
신기술 계속 등장하는데 생산성 성장률은 최근 10년이 전보다 절반도 안 돼
지난 9월 어빙 블라다우스키 버거(Irving Wladawsky-Berger) IBM 전 부사장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새로운 기술이 단지 현존하는 비즈니스 발전 속도를 올리는 것일 뿐,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솔로우 생산성 역설(Solow productivity paradox)’을 거론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우는 1980년대 말 컴퓨터 발전에도 생산성이 오히려 낮아졌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기술 혁신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현상을 말한다.
버거에 따르면 세계는 현재 ‘솔로우 역설 2.0’ 시대에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2000년대 중반 경제에서 생산성 성장률이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NBER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6년까지 미국 평균 생산성 성장률은 1.3%에 그쳤다. 이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성장률이 2.8%였던 것에 비하면 반도 안될 정도로 많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 외에 OECD 국가 28곳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버거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IoT, 빅데이터 같은 새로운 혁신 기술들이 아직 도입 초기단계이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NBER은 작년 10월 발표한 논문 ‘인공지능과 현대 생산성 역설’에서 “우리는 지금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생산성 수치는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가장 큰 원인은 ‘뒤쳐짐’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하나의 기술이 도입된 이후 실제 효과를 내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I가 생산성 증대 이끌 수 있다는 주장 있어
반면 기술 낙관론자들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기술 발전이 결국에는 생산성 증대를 이끈다고 주장한다. AI 같은 현대 기술은 과거와 다르게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폴 폴먼 유니레버 CEO는 “현재 기술 혁명은 전례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빌게이츠 MS 공동창립자 또한 기술 혁명이 “무섭도록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머신러닝에 기반한 AI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스스로’ 발전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한할 정도다. 기존 컴퓨터는 사람이 수학적 계산으로 미리 준비한 인풋과 아웃풋을 설계했다. 반면 AI는 카테고리화한 알고리즘으로 스스로 관련 있는 데이터를 찾아낸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데이터를 쌓으며, AI는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이렇게 스스로 발전한 AI는 사람 고유 영역이라 여기는 ‘통찰’이나 ‘인지’에서도 인상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기존 기술들이 넘보지 못한 영역이다.
올해 미국 ‘콘스텔레이션 리서치(Constellation Research)’는 한 보고서에서 “AI가 개인 생산성 증가에 몇 가지 명확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모델을 발전시켜 다양한 작업 과정에서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 저자 알란 레포프스키 콘스텔레이션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AI가 결과적으로 생산성 증가에 ‘촉매’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먼저 AI는 사람과 기계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고객에게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챗봇이 고객 질문에 답변하거나 간단한 상담을 맡음으로써, 고객들로 하여금 구매 페이지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다. 이는 매출 증가로도 이어진다. 또 기업은 기존 고객서비스에 투입했던 인력을 줄이고, 대신 마케팅이나 엔지니어링 같은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AI는 자동으로 정보를 분류할 수 있게 돕는다. 최근까지 어떤 정보나 이미지를 분류는 수동적인 작업으로 이뤄졌다. 레포프스키는 “하지만 AI로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사진에 태그를 추가하거나 문서를 스캔해 키워드를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I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정확도도 뛰어나다. 세계 이미지 인식 경진대회 ‘이미지넷(ImageNet)’이 약 1000만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0년 AI 이미지 분류 에러율이 30%였던 반면 2016년에는 5%로 감소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2.2%까지 떨어졌다.
또 AI는 기업에서 여러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미국 IT 매체 테크리퍼블릭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지루하고 반복하는 업무 위주로 자동화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직원들과 프로그래머들이 진심으로 즐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기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은 고객에게 AI로 자동화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레포프스키는 “AI는 우리의 행동패턴과 선호도를 파악해 개인 맞춤형 추천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AI로 인한 자동화는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인간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의성’도 AI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레포프스키는 “모두가 뛰어난 미적 감각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AI가 어울리는 색과 디자인 등을 골라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모두가 감각적인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어, AI 도움은 기업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AI는 통찰력을 이끌어 낸다. 레포프스키는 “AI의 가장 뛰어난 능력 중 하나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과 트렌드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현재 상황에 가장 알맞는 데이터를 분석해줌으로써, 기업 경영진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컨설팅기업 ‘액센츄어(Accenture)’는 2035년까지 AI로 인해 전체 생산성이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AI가 데이터수집, 자동화, 사이버보안 같은 분야에 도입돼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을 벌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성 역설과 AI낙관론, 서로 공존할 수 있어
NBER는 생산성 역설을 주장하는 이들과 AI 낙관론자 의견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이런 주장을 증명할 만큼 AI가 충분히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조바노비치(Boyan Jovanovic)와 루소(Boyan Peter L. Rousseau)는 논문에서 “새로운 기술은 시작점에서부터 생산성 증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기술은 현존하지만 또한 현존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어떤 기술이 우리가 알아챌 만큼 효과를 내려면 이미 그 기술이 시작한 위치에서 한참 떨어진 뒤라는 뜻이다.
NBER 또한 AI 중에서도 특히 머신러닝에 기반한 AI는 아직 충분하게 널리 도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AI가 우리 사회에 넓고 깊게 도입되기 전까지는 영향력을 제대로 측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솔로우 생산성 역설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일상 생활에서 기술로 인한 생산성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오직 현금만 거래할 수 있었던 시절에서 ATM기기가 나왔고, 인터넷뱅킹을 넘어 현재 모바일뱅킹 시대까지 왔다. 이는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과정"이라며 "우리가 기술 발전으로 생활에서 누리고 있는 혜택들이 결국 생산성 증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AI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이미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기업 품질검사 과정에 AI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품질검사는 시력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일을 맡고 있다. 또 정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밝은 빛 아래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AI 도입에 기업이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에게는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는 일자리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기술이 업무를 대체하면 사라지는 일자리도 생기기 마련"이라며 "이런 변화까지 다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AI로 인한 생산성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어럽다"고 말했다.
[테크M = 곽예하 기자(yeha179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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