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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 이슈] ③타다는 왜 사업을 포기했나..."제도권? 우리에겐 사실상 무덤"

2020-03-04테크M 남도영 기자

#타다 금지법 통과 목전 #타다 사업 포기 선언 #택시 눈치에 혁신에 등돌린 국회

 

2018년 10월, '타다'라고 쓴 카니발 차량이 도로 위에 나타났다. 지난 1년 5개월 동안 타다는 172만 이용자를 모으고 1만2000명의 드라이버 일자리를 만들며 모빌리티 혁신을 대표해왔다. 이용자들은 퀴퀴한 담배냄새와 만성적인 불친절에서 벗어난 새로운 운송수단에 열광했다.

하지만 타다의 혁신은 '택시'라는 기존 제도권의 틀을 넘지 못하고 결국 좌초됐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오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타다는 그동안의 법적 운영 근거를 잃고 불법으로 내몰리게 된다. 결국 이날 타다는 조만간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도권 끌어들이는 척 앞길 막아버린 수정안

지난해 검찰 기소와 '타다 금지법'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 등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타다는 지난달 19일 법원의 1심 무죄판결로 기사회생하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총선을 앞두고 택시 업계의 눈치를 보던 정치권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법사위 의원들은 타다도 택시와 같이 제도권 틀 내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는 법원의 1심 무죄 판결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 이전에 수정안을 제출했다. 기존 49조 2항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차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여사업용 자동차(렌터카)를 임차한 경우'도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국토부는 렌터카를 활용한 타다 서비스도 제도권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 타다 금지법의 핵심인 34조 2항은 그대로 뒀다.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하는 경우에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인 경우에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한 이 조항으로 인해 타다는 현실적으로 사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를 외치며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약속했던 정부는 현행법 상 합법으로 판결난 서비스를 다시 법을 개정해 불법으로 만들어 규제 틀에 가두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택시총량제'에 갇힌 혁신 서비스

'타다 금지법'은 렌터카의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극히 제한해 현재 타다와 같은 '기사 딸린 렌터카'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플랫폼운송사업자'로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정해진 댓수만큼 기여금을 내고 택시면허를 사들이면 사업을 허가해준다.

타다 측은 그동안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 타다는 문을 닫는다"며 법안 폐기를 요구해왔다. 국토부는 타다도 제도권 내에 들어오면 사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택시총량제에 기반한 정부 모델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모델 내에서는 업체들이 수요에 따라 자유롭게 차량을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다. 국토부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가해 줄 차량을 택시 감차분과 연동시킬 계획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감차사업을 통해 연간 900대 정도의 택시 면허를 줄여왔다. 이런 수량으론 규모의 경제를 이룰만한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게 타다 측의 입장이다.

타다는 지난해에만 3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여기에 기여금 부담까지 더하면 사실상 사업성이 없다. 이미 카풀사업이 택시와의 사회적 대타협 이후 제도권에 편입됐다가 사업성을 잃어버려 모든 업체가 고사한 사례가 있다. 정부는 기여금 규모나 산정 방식 등을 시행령을 통해 재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당장 안갯속을 헤매는 것과 다름 없다.

타다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플랫폼운송사업자는 현재 타다의 사업 모델과는 전혀 다르다"며 "면허를 얼마나 줄 지 기여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사업에 참여하라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 길도 막혔다... 날개 꺾인 '유니콘' 꿈

타다는 이미 1500여대의 카니발 차량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서비스 1주년 당시 수요에 맞춰 사업을 확장하려면 차량을 1만대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소 5000만원 수준의 택시면허 가격을 부담하려면 현재 보유한 차량만 감당하기에도 당장 수백억원이 든다. 스타트업에겐 버거운 비용이다.

타다는 이미 지난해 외국계 투자사로부터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다 검찰 기소와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최근 법원의 1심 무죄 판결 이후 타다는 모회사 쏘카에서 독립해 투자 유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불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 다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타다 금지법 통과가 목전에 오면서 투자 유치에 대한 희망도 품기 어려워졌다.

타다와 유사한 렌터카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추진하던 업체들도 희망이 꺾였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창업자 겸 명예대표는 "법사위는 렌터카 기반 플랫폼 업체들과 혁신을 죽이는 크나큰 실수를 했다"며 "당장 렌터카 기반 플랫폼은 전멸하고 차차 또한 영업 중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눈치보는 정치권... 혁신에 등돌려

애초에 정치권에선 타다 금지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지 않았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눈치'를 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국회 앞에서 연 타다 반대 집회에 직접 참석해 타다를 막는 법 발의를 약속하기도 했다. 택시업계는 타다 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공공연히 "만일 국회가 오직 타다의 이익만을 위해 개정법률안 통과를 무산시킨다면 4월 총선에서 처절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타다가 택시업계에 손해를 입힌다는 객관적인 증거도 없는 상황에 택시업계의 불황은 모두 '타다 탓'으로 돌려졌다. 택시와 렌터카 기반 서비스를 분리해 제도를 고려해 달라는 타다에는 '상생하지 않는 독불장군'이란 이미지가 씌워졌다. 결국 이날 법사위에서도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택시 혁신을 위해 모빌리티 산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타다를 만든 이재웅 쏘카 대표는 "혁신을 금지한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며 "국토부와 국회는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고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렸다. 참담하다"고 밝혔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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